코끝이 알싸한 걸 보니 저 멀리서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아. 슬슬 패딩을 꺼내야 하나 싶은 이번 주말, 따뜻한 실내에서 여유롭게 전시를 즐기며 영감 충전해 보면 어떨까? 몽자는 전시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부지런히 다니는 편이야. 딱 지금만 느낄 수 있는 온도감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왠지 현재의 호흡에 집중하게 되며 살아있는 기분이 들더라고. 가을과 겨울 사이, 계절이 주는 감정을 만날 수 있는 서울 무료 전시 6곳을 소개할게. 오직 11월까지만 열리는 전시들이니 겨울이 오기 전에 함께 다녀와보자.
네모 안의 너와 나
©이길이구갤러리
초록빛이 주는 생동감이 사라진 겨울, 추운 날씨 때문인지 실내활동이 많아지면서 도시의 빛은 더욱 반짝이는 것 같아. 네모난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 그리고 창문이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을 통해 도시 속 펼쳐지는 삶을 이야기하는 전시 네모 안의 너와 나를 소개할게. 이슬아 작가는 평소 관찰자의 입장으로 도시를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고 해. 요가를 하거나, 파티를 즐기거나, 일에 몰입하는 등 시끄럽고 분주한 도시를 각자의 방식과 리듬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주목하고 이를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지. 작품을 통해 매일을 네모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작품 곳곳의 사람들의 순간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을 거야.
겨울의 뉘앙스
©프로젝티파이 @projectify_seoul
가을과 겨울 사이, 서정적인 분위기의 전시를 찾고 있다면 바로 겨울의 뉘앙스로 가보자. 차가운 겨울 풍경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임수진 작가의 작품과 북유럽 빈티지 가구가 만나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 느긋하게 둘러보기 좋아. 임수진 작가의 특징은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겨울, 눈길에 세워진 북유럽의 단정한 집 등 겨울의 풍경을 담아내는 것을 넘어, 그 장면 속 감정과 기억까지 풍부하게 그려낸다는 점이야. 북유럽 가구를 직접 만지고 앉아보며 작품 속 겨울의 뉘앙스를 함께 느껴보자.
Twilight Guardians
©리갤러리
왠지 모르게 평소에 안 듣던 발라드가 듣고 싶고, 간지러운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은 계절 가을. 아름다운 진분홍빛 일몰이 이런 감정을 더해주는 것 같아. 낮과 밤이 서로 인사하는 가을 일몰을 작품으로 풀어낸 이고운 작가의 개인전을 소개할게. 작가는 일몰 무렵을 '해와 달이 함께 하는 두 개의 빛,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아름답고 묘한 삶'으로 표현하며, 작품 곳곳에 공존하는 두 가지 빛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또한 작품마다 꼬마 유령, 소방차, 아기 기린 등 작은 수호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구경하는 것도 전시의 재미를 쏠쏠하게 더해줄 거야.
월동 준비
©드로잉룸
'저 사람은 벌써 이렇게 성장했는데, 나는 왜 아직 그대로일까?' 우리는 종종 옆사람과 나의 속도를 비교하며 좌절감을 느끼곤 해. 그러나 그 사람과 나는 현재 살아가는 계절이 다른 것은 아닐까? 나무에게도 아름다운 꽃이 피고 푸른 잎이 자라는 활동적인 계절이 있지만, 반면 잎사귀가 떨어지는 늦가을과 한겨울에도 나무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야.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지라도 나무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내면을 채우고 있지. 겨울을 보내는 나무를 색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전시 월동준비를 통해, 나는 인생에서 어떤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도 좋고, 혹은 나무의 겨울나기를 한 수 배워볼 수도 있을 거야.
Becoming Winter : [ ]
©크리스앤코갤러리 @cnc__gallery
사계절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 랭랭 있어? 눈이 펑펑 내리는 포근한 겨울을 미리 맞이하는 전시 Becoming Winter : [] 을 소개할게. 류지안, 김종언, 김동우 3명의 작가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표현한 전시로 크게 반짝임과 고요함,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어. 눈이 소복이 쌓인 바닥에 햇빛이 비치며 생기는 반짝거림과 눈이 펑펑 내리는 쓸쓸하지만 포근한 밤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 겨울이 주는 두 가지 감정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미리 만나보자.
Journey with Dream (꿈이 있는 여행)
©아트보다갤러리
이럴 수가.. 앞으로 7번의 주말이 지나면 2024년이 찾아온다고 해. 올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쉽기도 하지만, 새해의 특권은 이런 아쉬움은 잊어버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새해 계획을 세울 때면 왠지 모르게 없던 용기도 생기고, 올해와는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지기도 해. 반복되는 평일의 삶을 사느라 잊고 지내던 나의 소박하거나 원대한 꿈을 2024년엔 다시 찾아보면 어떨까? 어른을 위한 동화를 그리는 김영곤 작가의 Journey with Dream 전시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해. 여러 모습으로 위트 있게 등장하는 드림보이를 통해 새해엔 한 발 더 다가서는 용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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