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는 스마트폰, 사진은 클라우드에 기록하는 요즘. 편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 들 때 있지 않아? 왜인지 헛헛한 마음이 드는 금요일, 오늘은 반차를 쓰고 을지로에 방문해 봐. 오래전부터 한국 인쇄와 종이 산업의 중심지였던 을지로에는, 지금도 구매부터 인쇄, 가공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종이 생태계가 살아 숨 쉬고 있거든. 활발하게 돌아가는 인쇄소와 포장재 상가들 사이를 걸으며, 을지로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볼 수 있는 일일 산책 코스를 소개할게. 오늘만큼은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지는 하루를 보내고 오는 거야.

©유정
소소문구, 프렐류드, 아날로그키퍼... 문구 좋아하는 랭랭이라면 알 법한 이 브랜드들의 노트를 제작하는 브랜드 '한주(Hanju)'의 오프라인 매장이야. 공장 내 외부인 출입이 어려운 다수의 업체들과 달리, 쇼룸을 운영해서 누구나 들어와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지. 여러 상품들 중 특히 자투리 종이로 만든 글리프 노트가 유명한데, 다이어리 제작 과정에서 남은 질 좋은 원단을 활용해서 만든 업사이클링 노트거든. 다양한 디자인이 새겨진 고퀄리티 가죽 표지 노트를 단 3천 원에 살 수 있다니, 놀랍지 않아? 같은 디자인이라도 표지 색상과 질감이 제각각이라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를 고르는 재미가 있어. 문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인 만큼, 요즘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라고 하니 참고하길 바라.


©유정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종이 종류가 이렇게 많다고?' 규모에 놀라게 되는, 제지회사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종이 쇼룸이야. 수천 종의 고급 수입지, 국내지, 팬시페이퍼, 질감지, 특수지 등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마치 종이 세상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지. 중앙에 비치된 샘플북으로 종이의 질감과 색감, 두께를 직접 만져보며 비교할 수 있고, QR코드로 주문서를 작성한 뒤 카트에 담아 계산하는 방식이야. 완제품으로 전시된 패키지나 책도 있어서 실제 활용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 마음에 드는 종이를 골라, 나만의 작은 미니북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호락호락도서관
청계천 세운상가에는 호락호락도서관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어. 이곳은 진로 전환기의 청년을 돕는 1인 비영리단체 '호락호락감자’에서 운영하는 곳이야. 누구나 자유롭게 들러서 독립출판물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작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지. 프로그램의 성향은 글쓰기나 만들기 같은 창작 워크숍부터 농업 토크쇼, 사회적연결서비스까지 정말 다양해. 사람들이 작은 움직임에서 진로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다정하게 느껴지지 않아? 워크숍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SNS를 참고해 보면 좋을 거야. 워크숍 운영 등으로 운영 시간이 다소 유동적이니 참고하길 바라.

©4F
온갖 포장재와 부자재를 판매하는 방산시장 골목 사이, 특별한 카페가 숨어 있어. 카페 4F는 과거 인쇄소였던 공간을 카페로 개조해서 운영 중인데,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커다란 인쇄기부터 예사롭지 않아. 총 4층 규모의 카페는 각 층마다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꼭대기 4층에는 작은 루프탑 테라스도 있어. 음료가 고민된다면 시그니처 메뉴인 크림방산라떼를 주문해 봐. 달달한 크림이 올라간 바닐라 라떼인데, 산책 중 달콤한 휴식이 필요할 때 딱이야. 오랫동안 쌓아온 을지로 인쇄 골목의 역사를 둘러봤던 하루, 마지막 코스로 여기만 한 곳이 없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