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하루는 책 중에서도 에세이를 좋아해.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빈 페이지에 자신의 아주 내밀한 일상과 생각들을 꺼내 글로 써내렸을 생각을 하면 왠지 일기장을 건네받은 특별한 기분이 들거든. 오늘은 작은 취향, 확실한 행복에 관한 책 중 하루가 좋아하는 에세이 3권을 가져왔어. 세 권의 책들 모두 비슷한 듯 다르게 ‘작지만 바로 행복해지는 각자의 취향과 순간들’을 이야기 해. 신중하게 고른 예쁜 컵에 티백을 우린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주말 아침이 행복해진다면, 이런 것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울적한 날 숨겨둔 과자를 하나씩 까서 먹듯이 해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각자의 감상을 위해 짧게만 소개할게. 랭랭이들에게도 이 책이 행복의 단초가 될 수 있길!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김신지 작가
ⓒ예스24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야.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가장 최근 쓰신 책들이 더 유명하지만,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묻는다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작가님이 일상 속에서 순수하게 좋아하시는 순간들을 수집하고 기록했는데, 읽는 내내 "나돈데!" 외쳤다랭. 좋아하는 순간과 마음을 이렇게 예쁘게 글로 담을 수 있다니. 좋아서 따로 적어둔 문장들이 한가득이야.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탓에 그 좋다는(?) 술을 서둘러 배웠고 대대로 이어져 온 내향성을 뚫고 신나! 신나! 하는 성격에 이르렀다. 맥주를 마시면 평소 조이고 살던 맨정신이라는 나사를 한 바퀴 정도 느슨하게 풀어놓은 상태가 되는데, 실은 딱 그 정도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의 나는 낯가림은 줄고, 농담은 늘고, 누가 내 무릎에 술을 쏟아도 하하하하, 웃는 사람이니까. 맥주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 그러니까 실은 맥주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는 것. 무엇이든, 자신을 평소의 자신보다 조금 더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좋아하자. 아주 많이 좋아해버리자.” (출처: 김신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취향의 기쁨>
권예슬 작가
ⓒ예스24
<취향의 기쁨>은 작가님이 취향의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들을, 더 정확히는 취향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과 생각이 잡혀가는 순간들을 기록한 책이야. 취향이 가난했던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가난했음을 고백하며, 내 안의 반짝이는 것들을 자꾸 끄집어내자고 하셔. 요즘은 물건 하나를 사려 해도 '나의 취향 찾기' 같은 문구를 자주 접하게 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봐.
“물을 틀자마자 바로 원하는 온도를 만나기는 어렵다. 이쪽으로도 돌려보고 저쪽으로도 돌려보며 가장 편안한 온도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찾은 온도는 ‘내게 딱 맞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내게 딱 맞는 온도 안에서 우리는 누구나 한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취향이란, 매일 적정 온도를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출처: 권예슬 <취향의 기쁨>)
<작은 기쁨 채집 생활>
김혜원 작가님
ⓒ예스24
김혜원 작가님의 <작은 기쁨 채집 생활>의 부제는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나만의 작은 규칙들’이야. 늘 커다란 행복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작은 행복들에 더 많이 눈을 맞추고 채집하자는 책이지. 작가님의 채집 요령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스스로가 웃고 있는 순간들을 의식하고 기억하게 돼. 그런 기억들과 나만의 요령이 차곡차곡 쌓이면 마음에도 근력이 생기지 않을까?
“단 5분이라도 날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일단 하고 본다. 완성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으니까. 2퍼센트 아쉬운 뽀시래기 행복이라도 틈틈이 주워 둬야 한다.” (출처: 김혜원 <작은 기쁨 채집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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